무력감 ......


모두가 그렇겠지만 월요일이 가장 피곤하다.

오늘 아침엔 비가 오는 바람에 길에서 30분이나 더 흘려보냈다 . 지각은 아니었지만 평소만큼의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건 좀 싫은 일이다. 비 자체는 정말 좋은데 비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늘어지는 시간은 꽤 곤혹이다. 8시가 돼서야 자리에 앉게 되어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빨리 업무를 시작하나싶었지만 다른 이유로 오전의 회의가 취소되었다. 

덕분에 선생님을 일찍 찾아봴 수 있었다. 선생님께선 처음에 내게 앉으란 말씀도 안하실 심산이신 것 같았지만-몇 시간 후부터 연강이 예정되어있었다- 약간의 오기를 부려봤더니 차 한 잔을 얻어마실 수 있었다. 선생님은 어린 여제자인 나에게도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시고 손수 물을 끓이셔서 내 앞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신다. 때문에 그냥 앉아있으란 말씀만 하시고 물을 뜨러 나가셨을 때, 천장의 히터바람에 잠시 눈을 식혔다. 그냥, 먹먹해져서. 이런 선생님을 섬기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져서.

선생님은 화를 내지도, 독설을 내뱉지도 않으셨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시곤 예의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보이실 뿐이었다.-사실 그게 더 불안하지만- 그리곤 지난번의 시험과 우리과의 응시인원을 물으시곤 (나보다도)걱정되는 누군가에 대해 약간의 첨언을 하셨다. 제삼자에 대한 얘기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이었기에 나는 간헐적인 한숨과 끄덕임으로 경청의 자세를 보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의 이런저런 말씀에는 고개만 끄덕이게된다. 다 맞는 말씀같아서...


좀 있으면 모임이 있다. 먹고마시는 게 아니라, 서로의 논문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 발표라는 건 참 중요한데 도망치고싶다는 생각때문에 정말 제대로 임해본 적은 손에 꼽는다. 우와, 쓰고보니 나 정말 한심하네.
사람들과 스터디를 한지도 오래되었고 수업이든 학술대회든 누군가의 발표에 귀를 기울인지도 꽤 되었다.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한 두가지 놓다보면 모든 걸 놓게된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지속되기를 바라게된다. 일종의 관성같은 매너리즘이다. 내 경우에는 오래된 나쁜 습관같은. 

중요한 것에는 그저 막연히 도망치고싶다던가, 순간을 모면하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들. 전부 나의 오랜 습관이자 단점이다.

고개를 넘듯 모면하고나면 맘이 편해지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이런 것에 젖어버렸는지. 전부 공부하는 사람에겐 쥐약이다.
아직도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모르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쉽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차근차근 뭔가를 찾아가다보면 길이 보일까. 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알아가는 거면, 깨닫는 거면 좋겠다.

간혹 내가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빠지지만....사실 답도 없는 질문이다.

앞으로 증명하면 되지 않냐는 낙천적인 반문은 정말 싫은데, 그래도 그것에 걸고 싶어질 정도로 나는 코너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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